1818년 영국 요크셔주 손턴에서 교구목사의 넷째 딸로 태어났다. 작가 샬럿 브론테가 언니, 앤 브론테가 동생이다. 1821년 어머니를 여의고 1824년 언니들이 다니던 기숙학교에 입학한다. 열악한 학교 환경 탓에 1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지만, 결국 건강이 악화된 맏언니와 둘째 언니는 사망했다. 성장한 샬럿과 앤이 교사로 일하며 집을 자주 비웠던 것과 달리 에밀리는 기숙학교에서 공부한 것과 잠깐 보조교사로 일한 것을 제외하면 집을 떠나지 않았다. 사람들과의 교제를 꺼리고 고독을 즐겼던 에밀리에게는 문학이 외부 세계를 향한 창문이었다. 1846년 브론테 세 자매는 공동 시집 『커러, 엘리스, 액턴 벨의 시집』을 필명으로 자비 출판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이듬해 에밀리가 발표한 장편소설 『폭풍의 언덕』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1년 뒤인 1848년, 에밀리는 결핵으로 서른 해의 생을 마감했다.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이 지금까지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나쁜 남자 히스클리프 덕분일 거예요. 캐서린도 매력적인 주인공이지만, 이야기를 시작하고 이야기를 끝내는 히스클리프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죠. 『폭풍의 언덕』이 영상화될 때마다 특출한 남자 배우들이 히스클리프를 연기했는데, 그중 몇 명만 살펴볼까요?
• 1939년 영화 ― 로런스 올리비에 이 흑백영화는 소설의 전체 분량을 담진 못했지만, 앞부분의 분위기 묘사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설적인 배우 올리비에가 영화로 진출했던 초기의 작품이에요.
• 1970년 영화 ― 티머시 돌턴 이후 4대 제임스 본드가 되어 유명해지는 돌턴. 돌턴은 이 작품에 나오면서 '로런스 올리비에의 젊은 시절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갈라진 턱이 닮은 것도 같네요)
• 1992년 영화 ― 레이프 파인스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던 파인스의 첫 영화. <콘클라베>의 추기경 역할도 멋졌는데, 여기서도 역대 최고의 히스클리프로 꼽힐 만큼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사진만 봐도 강렬한 눈빛이 느껴지지 않나요?
• 2009년 드라마 ― 톰 하디 이 드라마 자체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하디는 함께 연기했던 샬럿 라일리와 교제 끝에 결혼합니다. 당시 영국 언론에서는 '히스클리프와 캐시가 결혼한다'고 기사를 쓰기도 했어요.
• 2011년 영화 ― 제임스 호슨 흑인 배우가 히스클리프를 맡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히스클리프는 '거무튀튀한 집시' 등으로 묘사되는데, 굉장히 이국적인 생김새의 미남이었을 거예요. 앞으로도 독특한 히스클리프가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여러분은 이중에서 누가 가장 히스클리프 역할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수많은 영화, 연극, 드라마, 뮤지컬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멋진 히스클리프는 소설을 읽고 여러분이 머릿속에 그린 히스클리프일 것입니다. 여러분만의 히스클리프를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