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시인의 눈을 가진 조종사 생텍쥐페리 고독과 죽음에 맞서 미지의 세계를 정복해나가는 인간의 강인한 의지와 숭고한 용기에 바치는 찬가
"비행과 글쓰기 중 하나만 선택하기란 불가능하다.
행동하는 것과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 둘 모두 대단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1900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났다. 1921년 공군에 입대해 조종사가 되었고, 1926년 라테코에르 항공사에 입사해 우편비행을 시작했다. 단편소설 「비행사」를 발표하며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뎠고, 1929년 조종사인 자신의 경험과 소회를 담은 첫 장편소설 『남방우편기』를 출간했다. 2년 뒤 『야간비행』으로 페미나상을 수상하며 대중과 문단의 인정을 받았다. 시험비행사, 기자 등으로 일했으며, 스페인내전 당시 특파원으로 활약했고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공군 대위로 참전했다. 『인간의 대지』 『전시 조종사』 『어린 왕자』 등을 썼다. 1944년 홀로 정찰비행을 나갔다 실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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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앵과 생텍쥐페리의 마지막 비행이 만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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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별들을 향해 올라가면 더이상 내려올 수 없고 별을 깨문 채 거기에 머물게 될 것이다. 그러나 빛에 굶주린 나머지, 그는 그만 올라가고 말았다.” _『야간비행』, 94쪽
1944년 7월 31일, 지중해 상공에서 비행기 한 대가 기관총에 격추당합니다. 때는 이차대전중이었고, 독일 전투기 조종사는 적기로 인식해 앞에서 날고 있던 P-38 라이트닝기를 향해 총격을 가했지요. “어릴 때 생텍쥐페리의 책들을 읽고 동기를 얻어 항공 비행을 배웠습니다. 생텍쥐페리가 모는 비행기란 걸 알았더라면 절대 쏘지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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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러분, 그 안에는 오늘날 성경만큼 유명해진 『어린 왕자』를 쓴 작가이자 비행기 조종사, 44세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타고 있었습니다. 혼자 그르노블-안시 지역으로 정찰비행을 나간 참이었지요. 사실 이전에 사하라 사막 비행기 추락사고, 과테말라 항공기 사고 등으로 부상을 입어 고개도 잘 안 돌아가고 옷도 혼자 입기 곤란할 만큼 몸이 불편한 상태였으나, 비행과 글쓰기에 대한 간절한 마음은 한결같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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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이미 망명한 미국에서 『어린 왕자』를 내고 국제적으로 유명해진 작가였기에, 비행사로서 전쟁에 참여해 나치와 폭력에 맞서 조국의 해방과 하늘 아래 인간의 자유를 지키고 싶다던 그의 잇따른 요구는, 결국 이 비행으로 그를 하늘의 끝으로 향하게 했지요.
자신한테 비행기 조종사의 꿈을 품게 해준 작가를 쏜 그 독일 군인은, 이 BBC 인터뷰가 있기까지 자신을 세상에 밝히길 꺼렸고, 인터뷰 당시에는 독일 라디오 스포츠 분야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었다고 해요. 이후 생텍쥐페리의 죽음과 관련해 책도 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이야기도 사실이 아닐 수 있고, 한 사람의 주장에 불과할 수도 있어요. (실제로 전시 상황에서 작가가 탄 모델과 비슷한 비행기가 13대나 그 당시 격추당해 같은 바다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연료가 떨어져 그의 비행기가 추락했을 것이다, 몸이 좋지 않아 조종 실수로 그랬을 수도 있다, 전쟁중 인류에 대한 절망으로 자신의 별을 향해 죽음을 바친 것이라고도 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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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1944년 죽기 전 마지막으로 탔던 비행기 앞에서의 생텍쥐페리. (오) 작가와 함께 사라진 마지막 비행기 모델의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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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르세유 만에 추락한 작가의 마지막 비행은, 숱한 미스터리 속에 싸인 채 유해도 없이 오랫동안 실종 상태로 파묻혀 있었습니다. 어두운 시대에 무수한 해석만 별처럼 난무했지요.
그러다 1998년 마르세유 바닷가에서 한 어부가 던진 그물에 은팔찌 하나가 걸려 올라옵니다. 거기에는 작가의 이름과 아내의 이름(콘수엘로)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제 작가의 흔적을 찾기 위한 작업들에 시동이 걸리기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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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비행기 잔해를 건져올리기 위해 수중탐사중인 뤽 반렐. (아래)1998년에 어부가 건져올린 생텍쥐페리의 팔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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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정부 허가하에 2004년 비행기 잔해들 인양이 본격적으로 이뤄져, 전 세계에 이차대전 중 사망으로 그의 죽음은 거의 60년 만에 종지부가 찍힙니다. 사실 2000년부터 마르세유 출신의 다이버이자 사진가이자 수중탐험가 뤽 반렐과 프랑스 역사학자, 고고학자가 주축이 되어 이 잔해들을 단서로 퍼즐처럼 조각을 맞춰온 덕분이었지요. 서거 80주년이던 2024년 7월 31일에는, 그간 단 한 번도 일반 공개를 하지 않던 격추당한 생텍쥐페리의 마지막 비행기 잔해도 세상에 공개됐어요. 그 잔해들을 보관하고 있던 르부르제 항공박물관에서요.
현재 생텍쥐페리의 이름은 그의 고향 리옹 거리에도, 마르세유 바닷속 발견 지점에도, 우표 속에도 남아 있습니다. 리옹에 가신다면 ‘어린 왕자’와 생텍쥐페리가 함께 있는 이 동상을 보실 수도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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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 속 파비앵은 폭풍을 만나 착륙하지 못한 채 어두운 밤하늘을 떠돌다, 연료가 떨어질 때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을 겁니다. “그는 인간적 풍요로움의 무게가 실린 핸들을 단단히 잡고, 이 별에서 저 별로 떠돌고 있다. 결국 되돌려줘야 할 쓸모없는 보석이지만...”(본문 101쪽) 고요 속의 밤하늘, 그 무용의 창공 속에서, 자유를 향하던 시인의 눈, 끝을 모른 채 날아오른 두 사람이, 반짝하고 사라진 그 마지막 지점이 왜 자꾸 눈에 밟히는 걸까요? 작가의 길과 작가가 창조해낸 등장인물의 길을 겹쳐보면서, 가슴 두근대는 『야간비행』 속으로 새로이 들어가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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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10881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210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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