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조지 오웰 (1903~1950)
삶과 글이 완벽하게 일치했던 작가 부조리한 사회체제를 통렬히 비판한 20세기의 행동하는 지성
“어떤 책도 정치적인 편견에서 아주 자유롭지 않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견해 자체도 하나의 정치적 태도다.” _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에서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 1903년 인도 벵골에서 영국 하급 관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열네 살에 이튼 학교에 입학해 장학생으로 교육받았고, 졸업 후 1922년 버마(지금의 미얀마)에서 왕실 경찰로 근무했다. 그러나 식민체제와 제국주의에 대한 혐오감을 견디지 못해 5년 만에 경찰직을 그만두고, 런던과 파리로 작가 수업을 하러 떠난다. 이 시기의 체험을 바탕으로 자전소설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을 발표하며 작가로서 첫발을 내딛고, 뒤이어 버마에서의 경험을 반영한 소설 『버마 시절』을 출간한다. 1936년 스페인내전이 발발하자 공화파를 지지하며 의용군으로 참전하는데, 이를 기점으로 작품에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기로 결심하고 1937년 탄광촌의 비참한 현실을 그린 르포르타주 『위건 부두로 가는 길』, 1938년 스페인내전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카탈로니아 찬가』, 1945년 러시아혁명과 스탈린주의에 대한 정치 우화 『동물농장』을 연이어 선보이며 커다란 명성을 얻었다. 1949년 마지막 작품이자 대표작 『1984』로 무한히 진보하는 미래를 낙관하던 당대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1950년 마흔일곱에 폐결핵으로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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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
동물농장 ·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세계문학의 정전은 독자의 세월과 시대의 눈과 더불어 성장하는 나무다. 시간의 나이테마다, 시절의 고비마다 쌓여온 고전 서가에서 독자가 거듭 호명한 작품은 무엇일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중 읽는 기쁨에 보는 즐거움을 더하여, 오래 독자로부터 사랑받아온 대표 작품을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으로 새로 선보인다.
다시 만나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먼슬리 클래식’ 네번째 권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이다. 조지 오웰은 20세기 문학계에서 시대의 잔혹함에 맞선 ‘정치적 저술가’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젊은 날에 쓴 첫 소설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과 20세기 최고의 정치 풍자소설로 꼽히는 후기 대표작 「동물농장」을 한 권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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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그거 아시려나요? 오웰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 『동물농장』이 출간되기 전까지 2년 동안 원고가 묵혀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 4월 먼슬리 클래식 소식 알리면서 잠시 여러분에게 이 출판 비화를 들려드릴까 합니다.하긴, 이런 일이야 작가들에게 흔한 일이라는 걸 그간 많이 봐왔지만, 오웰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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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에 원고를 완성했으니 1945년 책이 나오기까지는, 어쩌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작가에게는 결코, 더군다나 오웰이 작심하고 쓴 이 책의 경우에는, 기나긴 시간이었을 수도 있어요. 첫째는 출판을 해줄 만한 데를 못 찾았어요. 이유인즉슨, 작품에 나타난 반스탈린주의에 발목이 잡혀 서너 곳에서 거절을 당한 거지요. 반스탈린주의라니! 뭔가 심상치 않은 대기가 스멀스멀 다가오시나요? 『동물농장』 다음에 쓴 마지막 작품 『1984』까지, 오웰이 어떻게 이토록 정치적인 작가가 될 수밖에 없었는가, 이와 관련해서는 당시 작가가 살던 시대 상황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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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판 표지디자인(2014~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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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위 아버지가 하급관리로 있던 영국 식민지하의 인도의 벵골주 모티하리에서 태어났어요. 마지못해 입학한 이튼 대학에서 그리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으나 논쟁과 농담을 즐겼다고 하네요. 1922년부터 5년간 버마(현 미얀마)에서 경찰로 복무하다 뎅기열에 걸린 후 영국으로 돌아갑니다. 이때부터 서서히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빈곤한 처지로 파리와 런던에서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떠돌다 첫 소설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을 써서 1933년에 냈어요. 그 당시 최하층 노동계급으로서 체험한 빈곤과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적 각성이 이때 강하게 싹텄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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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1933) 초판본과 현대판 표지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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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1936년 스페인내전이 발발합니다. 당시 히틀러와 무솔리니 지원하에 프랑코 독재정권이 판을 치고 있었고,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 대숙청도 가세하던 때였지요. 세계는 미쳐 돌아가고 있었고, 오웰은 파시즘에 맞서 싸우나 한편 공산주의자들에 환멸을 느끼고 아내와 함께 스페인에서 빠져나옵니다. 이 내전 참여 경험은 그에게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본격적으로 정치적 역사적 메시지가 있는 작품 쓰기에 몰두하게 되거든요. "그 당시 스페인내전과 다른 사건들을 통해 저는 제가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를 알았습니다. 1936년 이후 제가 쓴 모든 작품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전체주의에 대항하고 민주사회주의를 위해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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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주 솔직하게 1946년 "나는 왜 글을 쓰는가"에서 자신이 글쓰는 동기를 이렇게 밝히기도 했지요. 1 순전한 이기주의. 2 미적 열정. 3 역사적 충동. 4 정치적 목적. 서른이 넘어가면 개인적 야망이나 재능 표출은 소진되고 외부에 휘둘린 채 마비되어 살기 마련이지만, 자신은 생전에도 유명해지고 싶고 죽은 후에도 이름을 남기고 싶고 과거에 만난 잘못된 어른들 세계에 복수라도 하고 싶어서 쓴다고 했지요. 자기중심적이고 허영 많은 성격을 발휘해 작가들 대부분은 돈 보다는 다른 가치, 이를테면 역사적 진실을 밝히려 한다고, 정말이지 정직하게 자기 주제와 노선을 밝힙니다. "책을 쓴다는 건 고통스러운 질병을 오래 앓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을 빼는 끔찍한 투쟁이다"라고 말했듯, 그는 기력이 쇠할 때까지 골골대면서도 자신을 문학에 기꺼이 내주었지요. 그는 문학에서 정치적인 몫을, 자신의 펜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작가입니다. 이솝과 라퐁텐처럼, 그러나 분노를 억누르면서, 그나마 쉽게쉽게 누구나 한번 읽어보라고, 인간을 동물로, 세계를 농장으로 바꿔보기로 하고 쓴 게 『동물농장』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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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시 반스탈린주의로 돌아가서 얘기해보자면, 러시아 혁명에 환멸을 느낀 오웰이 여기서 어떻게 인간-세계-사회를 알레고리화했는지는 누가 봐도 쉽게 보입니다. 예언자 메이저 영감은 마르크스, 독재자 나폴레옹은 스탈린, 이상주의자 스노볼은 트로츠키! 이런 배경 외에도 여러 정황을 대입해볼 수 있는 맥락들이 있지만, 사실 놀라운 건, 오늘날 정치 상황까지 자연스레 대신 대입해보게 된다는 거지요.
아무튼 다시 돌아가 이 작품의 출간 우여곡절기를 꺼내들자면, 20세기 최고의 정치 우화로 다수가 꼽는 『동물농장』은 그 당시 1년 가까이 출판할 곳을 못 찾고 떠돌다 세커앤드워버그출판사에서 계약금 88파운드와 함께 출판 결정이 됩니다. 아, 그 전에 이런 아찔한 소문도 있었다네요. 오웰이 살던 아파트가 폭격을 맞아 원고가 검게 그을렸대요. (원고가 불에 탔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렇게 살아남은 원고인데도, 전쟁중이라 종이 수급이 안 되어 인쇄를 못한 채 또 대기를 탔다고 하니 말입니다. 전쟁 종식 후 비로소 책은 출간되었고, 엄청난 센세이션과 더불어 오늘날까지 절판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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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내고 오웰은 폐렴으로 5년 후에 세상을 뜹니다. "작가의 주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 의해 결정된다. 적어도 이것은 우리 자신의 시대처럼 격동적이고 혁명적인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는 자신의 글쓰기를, 문학의 힘을 굳건히 믿었습니다. 묘지에 적힌 본명 '에릭 아서 블레어'를 버리고 잉글랜드 서퍽의 오웰강(river Orwell)에서 자신이 앞으로 작가로서 쓸 필명을 따온 건 의식의 흐름이었을 수도 있을까요.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사에서 문학을 사회 변혁의 불씨로 쓴 조지 오웰, 개인적이고 사적인 활동으로서의 문학이 아니라, 그야말로 사회적인 활동 자체로서의 문학을 보여준 그를 다시 들여다볼 수밖에 없게 됩니다.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역사가 거꾸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에게는 돌아보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함께 도모하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절감하고 있으니까요.
주제를 파악하게 해준 이 현실에서,
(장정일 작가가 마흔 넘어 공부한 이유를 인용해서 말하자면) "극단으로 가기 위해, 확실하게 편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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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10881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210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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