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7년 독일 뷔르템베르크의 소도시 칼프에서 선교사 요하네스 헤세와 저명한 인도학자의 딸인 마리 군데르트 사이에서 태어났다. 명문 마울브론 신학교에 진학하지만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아” 도망쳤다. 열다섯 살에 자살을 기도했으나 실패하고 신경쇠약 치료를 받는 등 방황을 거듭했다. 이후 시계공장과 서점에서 수습생으로 일하며 정신적 안정을 찾고 글쓰기에 전념했다. 1898년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들』을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04년 『페터 카멘친트』로 문학적 성공을 거두며 전업작가가 되었다. 1906년 유년 시절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수레바퀴 아래서』를 비롯해 『크눌프』 『청춘은 아름다워라』 등을 발표하며 인가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자원입대하나 고도근시로 복무 부적격 판정을 받고 독일포로후원센터에서 전쟁포로들을 위한 책과 잡지를 발행했다.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데미안』이 당시 젊은이들에게 커다란 파동을 불러일으키며 폰타네상을 받았다. 이후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 등을 발표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1946년 괴테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1962년 8월 9일 뇌출혈로 스위스 몬타뇰라에서 사망했다. 그의 작품은 6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전 세계에서 1억 5천만 부가 넘게 팔리면서 헤르만 헤세는 20세기에 가장 널리 읽힌 독일 작가가 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전시실 '사유의 방'은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물이자 우리나라 국보인 반가사유상 두 점을 나란히 전시한 공간입니다. 손가락을 살짝 뺨에 갖다댄 채 생각에 잠겨 있는 반가사유상은 보는 사람마저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들죠. 반가사유상의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존재하는데, 그중에는 부처가 출가하기 전 고뇌하는 모습이라는 학설도 있습니다. 과연 반가사유상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투쟁하는 싯다르타의 모습일까요? 소설 『싯다르타』를 읽고 박물관에 가면 반가사유상이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리틀 붓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로 '린포체'와 싯다르타의 삶을 다뤘습니다. '린포체'는 티베트 불교에서 살아 있는 부처를 일컫는데, 수행하다가 세상을 떠난 이가 환생한 어린아이를 가리킵니다. 대표적으로 달라이 라마도 관세음보살의 린포체이며 대대로 환생을 거듭한다고 알려져 있죠. 미국에 사는 건축가 딘과 리사 부부에게 어느 날 티베트 승려가 찾아와, 부부의 아들 제시가 자신의 스승이 환생한 아이라고 주장합니다. 환생을 믿지 않던 딘과 리사는 결국 린포체를 확인하기 위해 제시와 부탄으로 향하게 되는데요, 영화 전반에 걸쳐 리사는 제시에게 싯다르타의 삶에 관해 이야기해줍니다.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싯다르타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만화 『붓다』
일본에서 '만화의 신'으로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의 역작으로, 이 작품 역시 소설 『싯다르타』처럼 부처의 삶에서 모티브를 얻긴 했어도 작가의 상상과 해석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창작물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싯다르타지만 노예 소년 차프라, 동물과 교감하는 능력을 지닌 타타, 싯다르타와 사랑에 빠진 여자 도적 미게라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끌어나갑니다. 모험과 판타지가 가득한 초반부는 몰입감이 굉장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삶과 죽음 · 고통과 행복 · 윤회 등 철학적인 사색을 하게 됩니다.
작가 헤르만 헤세,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 영화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국적도 시대도 다른 거장들이 왜 싯다르타의 삶에서 영감을 받았고, 어떻게 싯다르타를 그려냈는지 비교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 밖에도 싯다르타와 그 삶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은 수없이 많습니다. 또 5월에는 부처님 오신 날이 있어 다양한 불교 행사가 열리기도 하고요. 이런 콘텐츠들을 통해 여러분의 독서 경험이 더욱 풍성해지기를 바랍니다.